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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트 오브 듀오 콩쿠르 현장
통념을 깬, 유머 가득한 퍼포먼스의 향연
글 배윤미(파리 통신원) 11/1/2016 |   지면 발행 ( 2016년 11월호 - 전체 보기 )




▲ 우승팀인 칼미코바·스카르베크 듀오 ⓒClaude Dussez

피스트 오브 듀오(A Feast of Duo), 즉 ‘듀오의 축제’ 콩쿠르가 스위스 시옹에서 개최됐다. 8월 19일에서 9월 4일까지 열린 시옹 페스티벌의 일부로, 이구데스만&주(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피아니스트 주형기 듀오)의 독특한 퍼포먼스를 기념하는 자리다. 콩쿠르는 시옹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파벨 베르니코프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구데스만&주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보적인 경연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그의 제안을 수락했고, 올해 2회를 맞았다.

콩쿠르의 가장 큰 특징은 연령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실력만 있다면 8세부터 88세까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두 번째 특징은 부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지난해의 경우 오히려 일종의 챌린지로서 이구데스만&주가 참가자들에게 심사위원을 매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는 이구데스만&주의 사진을 술병 라벨에 삽입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이구데스만&주는 워크숍을 통해 각각의 참가자를 개별 코칭한 후 심사에 임한다. 이는 서로 음악적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이 경쟁보다 중요함을 뜻한다.

진행 방식 또한 독특하다. 드미트리 유롭스키/영 유라시안 솔로이스츠의 서곡으로 시작한 올해의 콩쿠르는 멘델스존의 2중 협주곡으로 경연을 펼쳤다. 그 사이 이구데스만&주가 연극과 무용이 결합된 퍼포먼스 ‘모차르트 윌 서바이브(Mozart will Survive)’를, 레이 천이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연주했다. 결선에는 3팀이 진출했으며 노르웨이·폴란드 팀인 칼미코바·스카르베크 듀오가 우승했다. 이들에게는 빈 무지크페라인에서의 연주 기회가 주어진다. 우승자 발표 후엔 참가자와 심사위원 모두가 하나 되어 ‘모차르트 윌 서바이브’를 연주했다.


▲ 주형기·알렉세이 이구데스만

이제 이구데스만&주의 퍼포먼스는 단순한 코믹 스케치가 아닌,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콩쿠르 전날 필자와 만난 주형기는 먼저 “페스티벌이 대부분 자원 봉사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힌 다음, “이러한 퍼포먼스는 우리가 새로 개척한 분야가 아니라,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정신을 예로 들 수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존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세기의 연주회는 아주 개방적이었다. 리스트는 종종 술을 마시고 연주했고, 모차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연주 중에 청중이 박수를 치는 것이 쉬쉬할 일인지 의문이다. 동시대 연주자들의 에고가 과연 리스트, 모차르트의 그것보다 더 높을까?”라고 반문하며 필요 이상으로 억압된 클래식 음악계에 일침을 가했다.

또한 그는 “이번 콩쿠르 같은 일련의 시도들이 클래식 음악계가 지닌 통념을 깰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형기의 논지는 심오하면서도 셰익스피어적인 드라마틱함이 넘쳤다. 코믹하지만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와도 같은 그의 무대처럼. 이는 엘리트 계층부터 거리의 민중까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극과도 상통한다.

“누구든 클래식 음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3·4차원적인 퍼포먼스를 작업 중이다. 우리의 무대는 ‘사티릭(satiric)’, 즉 사티의 음악과 같이 웃음 뒤에 철학적 이유들을 함축한다. 실수를 반성해보며 웃을 수 있는 것. 이는 과격한 혁명보다 느릴 순 있지만, 결국 개인이 조화를 향해 진보해나가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주형기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들에게 ‘어떻게 살아남았느냐’고 물으면 ‘음악과 유머 덕’이라고 답한다. 유머 없이는 어려운 삶을 이겨낼 수 없고, 유머 없는 삶에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그의 철학적 심오함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사진 Sio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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